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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오름 이야기/ 산행기

노꼬메 오름 등반기

노꼬메 오름 등반기


말로만 듣던 노꼬메 오름

허리 아픔을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던 오름 중에 하나이다.

이번에는 기어이 정산을 올라 보리라는 일념으로 등반길에 나선다.


누구나 그러하듯 아침은 바쁘다.

잊어버리고 나중에 생각이 나는 일이 많아지는 요즈음

하나하나 곰곰이 생각을 하니 오늘따라 더 바쁘다.


그래서 요사이는 생각날 때 마다 챙겨 놓는다.

그러다보니 매사가 바쁜 것 같다.


배낭에 주섬주섬 담아 놓는다.

물, 캔 커피, 사과, 밀감, 수건, 모자,..그리고 김밥은 사서 담고 이것저것 생각을 하며

노꼬메 로 향한다.


오늘따라 구름이 많아 등반하기 에는 좋은 날인 것 같다.

바람도 제법 살랑이며 불어오고, 비는 안 올 것 같고~

저절로 찡그려 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달려본다.


길가의 가로수들

완연한 가을의 색으로 물들고 낙옆 마져 길가 위를 뒹군다.

홀로 등반의 길이라서 그런가..왠지 쓸쓸한 기분도 든다.


노꼬메 오름을 쳐다본다.

붉게 물들어 가는 오름은 높고 부드럽게 보인다.

능선은 안아 감싸듯 둥글게 포근한 느낌을 준다.


목장 길가에 피어나는 야생화

아주 조그마한 빨간 꽃

퇴색되어가는 잡초 속에 헤집고 피어올라

그 앙증스러움에 너무 이쁘다.


초원의 시원한 바람

하얀 억세 의 목덜미를 흔들며 작은 꽃을 스쳐 지나간다.

흔들거리는 꽃 따라 웃음 지으며 산행 길에 올라본다.


노랗게 물들어 가는 잎, 빨갛게 물든 이파리들

등반길가에 이미 떨어져 시들어 가는 낙옆

낙옆을 밟으며..낙옆을 태우며...예전 책에서 보았던 수필이 생각난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와 낙옆 을 밟는 소리

오랜만에 자유를 얻은 기분

두 팔 벌려 크게 숨을 펴고 등반로 를 올라본다.


등반로 길에 여러 가지 나무에 이름표를 달아 놨다.

나무를 바라보며  이름을 되세겨 본다.

까마귀베게나무. 고로쇠나무. 윤노리나무. 국수나무...등등


다양한 수종과 동식물들

노꼬메 오름을 제주의 비경답게 만들어 간다.


하늘을 향해 치 솟은 나무의 줄기에는

빨갛게 물들인 넝쿨의 조그마한 이파리들

나무를 따라 하늘로 물들여 간다.


돌계단과 고무판으로 등산로를 만들어 놨다.

완만하다가 경사가 제법심한 돌계단

운동부족을 실감케 하듯 켁, 켁, 거리는 내 모습에 오기가 생긴다.


흐르는 땀줄기를 닦아내며 열심히 정상을 위하여 올라본다.

약 40여분을 올랐을까.

하늘이 트이고 시원함이 느껴지는 숲 지대를 벗어나니..


아~~정말 장관이다.

한라의 우뚝선 봉우리와 이어지는 능선

봉긋한 오름 들의 능선

빨갛게 물들어 울긋불긋한 산야

이토록 아름다운 곡선이 있을까....


여인네의 누운 듯한 모습이며

솟아오른 봉우리와 이어지는 그 곡선

상, 활엽수가 어우러진 가을의 모습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정상의 길가에 피어난 억세 꽃

시원한 가을의 바람은 흘렸던 땀줄기를 식혀 어루만지고

억세 들의 흔들림과 간지러운 손짓은

역시..오기를 잘했다는 자아 탄성뿐..


정상의 모습은 나를 더 편안하게 해 준다.

인위적으로 만들었지만 편히 쉼터가 될 수 있게 나무로 계단식으로 넓게 만들어 놨다.

혼자 등반한 나를 힐긋 쳐다보는 남녀 등반객

쩝..혼자 머리를 긁으며 한쪽 자리를 잡는다.

하기야 정상에 있는 사람은 지네들 빼고 나 혼자니...

뭐.... 눈치가 보이나?


사방이 다 트여 시원하다.

오름 들의 모습이며 한라의 장엄함.

가을 색을 머금은 대지의 조화는 너무나 아름답다.


날씨가 흐려서 인지 멀리 시야가 한정 되 있지만

운무처럼 끼여 있는 그 모습도 아름답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어 다음에 또 오리라 생각을 해 본다.


이제 혼자다.

전부 내 자리 인냥 넓게 자리를 편다.

신발은 저쪽에. 배낭 은 여기에 물병과 가지고 온 김밥

명당자리를 찾아 입맛을 다신다.


빨간 사과를 한입베어 물어본다.

캬~~~이맛!!

이처럼 달콤하고 시원한 사과를 먹어본 적이 없다.


아삭거리는 사과의 그 맛은

가을 색을 닮은 가을의 맛이라 할까...

산야의 단풍과 빨간 사과

내가 이 가을을 음미하고 있다.


시원한 밀감이며, 김밥

혼자만의 점심이라도 이렇게 맛 날수는 없다.

시원한 캔커피 쭈욱~~

불룩하게 솟아오른 배를 소리 나도록 툭툭 치며

제주의 바다와, 멀리보이는 도로. 초원의 하얀 억세 의 출렁임을 내려 다 본다.


오름들 위의 구름도 가을 색 이다.

붉으스름 하게 구름이 수놓아 멀리 단풍색이 비치는 듯 하다.

구름에 가려진 태양의 여운인가...

환상적인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하산하기 가 싫다.


저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시원한 가을바람을 깊게 들여 마시며 하산길에 오른다.

자꾸만 뒤 돌아 봐지는 모습들

카메라를 못 가져 간 것이 아쉽다.

와보고 싶었단 노꼬메 오름

가을정취를 만끽하고 하산하는 발걸음

어린애 마냥 이리저리 둘러보고 신바람 이 났다.


하산 길에 만난 등반객 들

“안녕 하세요” 저절로 인사가 나온다.

역시 그들도 반갑게 인사를 한다.

“수고했습니다”

이런 장소에서 말고 처음 만난사람과 어떻게 인사를 나눌수 있겠는가..

마음이 흐뭇하다.


차창밖에 보이는 오름

단풍과 제주의 아름다움이 있는 이 오름에

내가 왔다간다. 그리고  다시 오마~~~

높게 보이는 정상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어 본다.


200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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