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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오름 이야기/ 산행기

바농 오름 등반기

바농오름 등반기


오름 등반 전 행사가 있어 대형 버스로 도착한 바농오름 앞

세멘포장의 작은 도로에 대형 버스가 진입 불가..

조그만 도로의 길가를 걸어가며 오름을 본다.


하늘의 파란 색과 억세의 흔들림이 무척이나 한가한 시골길 같다.

이름역시 신기하듯 어째 바농인가 기웃등 하며

오름 등반 로를 찾아 간다.


길가에 작은 대나무 숲

길따라 작은 대나무들이 있어 예전에 인가가 있던 곳 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빠른 일행은 벌써 저만치 가 버리고

세멘트 길에 딱 딱 소리를 내는 지팡이 들고 어슬렁 거리며 쫓아간다.

오름의 입구가 어딘지도 모르고 그냥 남 가는데로 가본다.


얼만큼 갔을까...

어? 가는입구 지나쳐 와 버렸다는 가이드..

ㅎㅎ 이번엔 이 몽리가 아니듯 하다.

저만치 먼저간 동료들을 부르고 다시 되돌아 오며 찾는길


대나무 옆 사이로 오름 가는길

들어서는 순간 삼나무 향과 비가 온뒤 의 숲 냄세 가 어우러져 코끝을 훔친다.

케케 한 숲 냄세 이지만 이런 곳에 오지 않으면 언제 이런 냄세 를 맏아 보나~하고 생각을 해 본다.


비가온뒤 인가..축축한 등반길이 미끄러울 것 같다.

좌보미 오름때 에 등산화 앞부분이 하마 입처럼 벌어져 다시 수리한 등산화를 보며

이번엔 괜찮겠지 하고 생각을 하며 그때 생각에 웃음이 나온다.


오름 등반길이 가파르다.

미끄러 질까 염려되고 상행 코스가 힘들다.

“켁 켁” 거리며 따라 올라가는데..아직은 남들과 같이 올라가기가 무리인 것 같다.

하지만 열심히 따라 올라가는데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그래도 이정도도 내 깐에는 잘 하는 것 이라 혼자 위안을 받으며

꼴치로 뒤 떨어져 있지만 부지런히 올라본다.

정상부근에 다다르자 나를 보며 반기는 동료들~

와~~축하 합니다~~짝짝짝~~~


또 하나의 오름을 올랐다는 기쁨과

동료들의 반기는 웃음

기분이 무척이나 좋다.


가을 하늘에 불어 오는 바람

바농 오름의 정상에 이르고

억세의 물결은 오름 아래의 들판을 지나

저 멀리 보이는 오름들을 따라

내 시야의 모든 아름다움을

나에게로 전해 온다.


산위의 경방 초소

그리고 무인 카메라 인가?

그리고 비문도 없이 철조망 두른 하나의 묘

바농의 정상을 외로이 지키는 것 같다.


자그마한 원형의 굼부리를 돌며 내려다 보는 제주의 풍경

저 멀리 수평선과 한라산을 이어주듯 오름들의 아기자기한 모습

시원한 비농의 가을바람을 크게 들이켜 본다.


키보다 커버린 억세 사이의 조그만 길

피어난 억세의 꽃은 얼굴을 쓰다듬어 간질이고

억세 사이 피어난 들꽃들..

노랑,보라,연보라빛 고운 꽃 송이가 바람결에 수즙은 듯 고개를 설레 흔든다.


아담한 분화구의 모습은

포근함을 주고 억세 의 햐얀 빛깔 속에 누워보고 싶은 마음이다.


남서쪽의 풀밭에 앉자 하늘과 한라와 오름을 바라본다.

가까운 곳에 절물휴양림 이 있고 4.3공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제주 오름의 풍경은 포근함을 준다.


억세 꽃 을 품에 안고 사진 찍는 아지메 들

그 웃는 모습과 수다가 아름답게 느껴진다.

빨간 열매를 손에 쥐고 억세 꽃을 얼굴에 부비며 웃는 미소가

어린애들 같아 나도 같이 웃어본다.


시원한 물 한 모금. 달콤한 밀감 하나

많고 적음을 떠나서 나에게 전해오는 그 맛은

정녕 담로수의 맛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하얀빛 억세 물결 사이 하산 길

시원한 바람 내 땀을 식혀주고

“켁~켁” 거렸던 가슴에 들어

편안한 마음 나에게 준다.


하산 길 의 길은 더 미끄럽다.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는 아지메 ㅎㅎ

등산로 밧줄을 잡고 통사정 하는 아지메

역시 꼴찌로 내려오면 서도 웃음이 나온다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내려오는 내 모습을 보았다면 다들 크게 웃었으리라..ㅎㅎㅎ


토종닭 한입에 쐬주 한잔

마시는 그 기분은 등반후 에 느끼는 참맛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웃음과 유머가 무르익는 웃음바다 속의 정겨움..

오늘도 즐거움이 가득한 하루였다.


내일도 등반 해야지~~




2008.11.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