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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오름 이야기/ 산행기

우중 등반 (좌보미 오름)|

우중 등반 (좌보미 오름)


차창유리를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 스럽다.

조심 스럽게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오름 가는길


좁은 길가에 모여있는 물 웅덩이를 기분 좋게 라도 넘어 본다.

길가의 억세빛은 붉게 달아 올라 있고

내리는 가을비의 빗살은 시원 스럽게 초원을 적셔 온다.


넓은 초원에 흩날리는 가을비를 맞으며

푸르런 산야와 같이 하는 것 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미리 걱정 하는 세상살이

젖을까..젖으면 어떡해....

비옷을 주섬 주섬 걸쳐 입고서도 편하지 않는 마음이란

두려움과 예측하기 힘든 결과에 대한 과민 반응이라..


홀가분한 마음으로 산행길에 오르는 동안

어짜피 이렇게 될것을 알면서도

젖어드는 그 자체가 싫었던 마음 이라...

좋은 날에, 좋은 산행 길을 비교하는 인간의 마음은

산행 뒤에 느껴지는 만족의 결과에 없어진다.


빗줄기가 세차게 내려오는 오름의 등반

좌보미의 첫봉을 올라가는 순간

어여쁜 들국화 한 송이가 나를 반긴다.


빗물을 머금은 그 꽃을 바라보며

참~너무나 이쁘다 는 생각이 든다


다소곳이 나를 반기는 그 이쁨은

내리는 빗줄기에 아량곳 없이

가녀린 줄기를 가을 하늘에 내밀고

나를 반기는 웃음이라..


가을의 풀잎은 너무나도 싱그럽다.

잎세 하나의 푸르름은 온 산야를 푸르게 만들고

아담하게 솟아오른 봉우리 마다

그들의 냄세 를 풍겨 온다.


작은듯 탐스럽게 이어지는 봉우리

세찬 비바람을 헤치며 다가서는 발길은

살아가는 이치와 같이 좋은일..궂은일..힘든일..

인생사와 비교가 된다.


오름의 좁다란 길

흘러내리는 물줄기로 작은 수로가 되고

질퍽 거려 미끄러지는 길속에

내 발자욱이 있다.


좁다란 길가

보랏빛 가냘픈 들꽃

빗물을 머금은 체 바라보는 모습

내 갈길 잠시 멈추게 한다.


오르고 내리는 그 길

넓게 펼쳐진 초원과 오름들 의 모습

멈춰버린 가을비속의 그 풍경은

이내 내 자신이 품었던 거부감을 말끔히 씻어 버린다.


아~~

역시 오기를 잘했구나...

강행군속의 등반의 기쁨과 뿌듯함이

내가 살아가는 동안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을 해본다.


흡족하게 내려진 가을비는

초원을 숨 쉬게 적셔 작은 웅덩이를 만들고

내 가는 발길에 묻혀있는

과거의 흙탕물을 씻어준다.


미소가 담긴 동행인들의 모습

힘들어 올라가는 동행의 길에서

허리 뒤를 떠 받쳐주며 가는 길

내가 또다시 다른 이에게 배 풀어야 할 배움이 아닌가..


좌보미 오름

작은 듯 큰 듯 내가 산행한 다섯 봉우리의 오름

우중 등반길의 느낌은

큰 빗줄기 속에 굳굳 이 서있는 작은 들꽃의 아름다운 모습과 기개

내가 베풀어야할 그 배움..


자연이 준 조그만 산행길 에서

그 기쁨과

배움을 얻는다..


2008.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