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난(蘭)의 기본 바탕은 무엇인가.
난(蘭)이란 무엇인가. 난(蘭)의 기본 바탕은 무엇인가. .
그리하여 난을 대하는 자세는 어떠해야 하고,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난을 이해해야 옳은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어느 정도 난에 대한 지식이 쌓이고 품종에 대한 분별력이 생기면서
난이란 도대체 어떠한 것인가에 대한 근본 문제에 접근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물음에 대하여 난을 오래 하다 보면 공통적으로 묶어지는 답은 거의 같기 때문에,
아무리 난을 시작한 동기가 다르고 사회적인 지위가 다르고 연령 차이가 있다고 해도
계속 난을 사랑하다 보면 그 결론이 한 곳으로 닿게 된다.
말하자면 난이 도(道)가 되어 삶의 참 모습까지도 알게 된다.
난을 받아들이거나 난을 보는 기본 자세인 우리 마음의 바탕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 것인가.
우리 인간이 태어나면서 성선설(性善設)이냐 성악설(性惡說)이냐 하는 문제를 떠나서
본래의 진아(眞我)는 맑고 깨끗한 순수 그것이다. 즉 인간의 본성인 것이다.
삶을 영위해 나가면서 만나는 비슷한 과제들 속에서
맑지도 깨끗하지도 순수하지도 못한 것을 만나게 되면 괴롭고 우울하고 초조해져서 번뇌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난을 하는 사람들은 맑고 깨끗하고 순수하고 더없이 밝은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원하고 있으며
또 높은 덕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난을 좋아하고 난사랑을 도(道)의 차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우리들은 감히 애란인(愛蘭人)이라고 겸손하게 표현한다.
이것은 맑고 깨끗하고 순수하고 고요하여 잡티를 전혀 용납하지 않는 우리 인성(人性)의 본에서 오는 것이다.
근본이란 말 그대로 사물이 생겨나는데 바탕이 되어 그 위에 역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것을 한자로 말하면 "소(素)"로 표현한다.
2. 素와 素心의 의미
이 '소(素)'자가 보통 희다는 뜻으로 쓰이나
이 소(素)자는 오히려 더 광범위한 것으로 아무것도 물들이지 않는 본바탕의 성질(타고난 바탕)이란 뜻이다.
난을 할 때도 근본이나 바탕이 바로 소(素)이고, 이것을 기대하고 찾고 지향하는 것이 바로 애란인들의 마음이다.
그래서 본바탕의 성질과 마음이 합성된 것이 소심(素心)으로 난을 하는 근본이 소심(素心)이라 말할 수 있다.
동양란은 그 자태의 우아함과 고상한 품격으로 수천년 전부터 궁전에서 혹은 문인, 묵객, 선비 사이에서 사랑을 받아왔다.
동양란 중에서도 소심은 투명하리만치 깨끗한 청정성(淸淨性)과 지고지순(至高至純)함으로 그 품격이 더욱 빛난다.
미의식이 깊은 사람이거나 난을 오래한 애란인 일 수록 소심에 대해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그것은 소심 자체가 고차원의 순수성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많은 채란인들은 한결같이 소심을 발견했을 때가 이상하게도
중투호(中透縞)나 색화(色花)를 채란했을 때 보다 가장 기쁘다고 말한다.
우리 강산에서 나온 한국춘란에는 홍화소심(紅花素心), 주금화소심(株金花素心), 황화소심(黃花素心), 자화소심(紫花素心),
백화소심(白花素心), 복색화소심(複色花素心), 산반소심(散班素心), 그리고 중투화소심(中透花素心), 호화소심(縞花素心),
복륜소심(覆輪素心), 사피소심(蛇皮素心), 두화소심(豆花素心), 원판화소심(圓瓣花素心), 기화소심(奇花素心)등
전 종목에서 이예품(二藝品) 이상의 소심이 많이 나왔다.
이는 우리보다 배양역사가 100년이나 긴 일본에서도 이루지 못한 것이다.
모름지기 이는 우리의 보물이고 손색없는 자랑거리라 아니할 수 없다.
이같이 다양하고 훌륭한 자질을 가진 우리 춘란이지만
소심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해석이 아직도 부족하여 잘못 이해되는 사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봄 전시회에서의 소심에 대한 잘못된 표기는
초보자에서 부터 오랜 경험자까지도 혼동을 야기시키는 결과까지 빚어졌다.
소심하면 흔히 녹판백설(錄瓣白舌), 즉 꽃잎은 녹색이고 혀가 하얗게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확한 소심의 정의는 혀, 설판(舌瓣), 화경(花莖), 화판(花瓣)
어느 곳에도 하얗거나 녹색이 아닌 적색계(赤色系:자색 포함)의 반점이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소심의 정의는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혀가 하얗게 보이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조건까지 모두 갖춘 것이어야 함을 중시해야 한다.
소심의 조건에 합당하려면 꽃봉오리를 싸고 있는 포의(苞衣), 즉 껍질부터 백색 투명하다.
오직 백색에서 녹색계통만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꽃색은 투명하리만치 깨끗하고 맑으면 취록색, 담록색 등으로 청정감이 더하다.
따라서 난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소심의 순수성에 매료되고 마는 것이다.
3. 소심의 종류
색화소심이란 어떠한 상태를 두고 말하는 것인가.
소심의 개념인 녹판백설(錄瓣白舌)에서 꽃잎과 혀에 일정한 색이 나타나는 것이다.
포의, 꽃대, 꽃잎, 설판에 바탕 녹색이 아닌 점이나 선이 어느 부분에라도 나타나면 색화소심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색화소심도 색소가 뭉쳐서 점으로 나타나지 않고
꽃잎 전체이거나 꽃대에도 물들 듯이 바탕색으로 보이는 것인데,
다시 말해 색소가 물의 정체에 골고루 녹아 있듯이 바탕으로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기에 색화소심도 깨끗한 청량감이 들기는 마찬가지이다.
녹색의 꽃잎이 다른 색으로 나타나 바탕이 바뀐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적화소심은 적색이 바탕으로 나타난 것이고, 주금소심은 주금색의 바탕이, 황화소심은 황색이 바탕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 색소가 설판에도 영향을 끼쳐 적화소심이라는 말은 하얀꽃이라는 말보다도 더 깊은 뜻을 내포한 용어인데,
난 하는 마음의 바탕(素)을 여기에 둔다는 뜻이다.
바탕색을 중히 여기서 접선(接線)이나 점(點)을 가까이 하지 않는 마음,
이것이 청정하게 하는 원리이며 난도(蘭道)를 깨닫는 길이 된다.
소심에는 여섯 가지의 품종이 있다.
혀가 백색이면 백태소,
혀가 녹색인 것은 녹태소,
황색인 것을 황태소라 하며 이 세가지를 순수한 소심, 즉 순소심이라고 한다.
이 밖에 백색 볼에 담도색이 들어있는 것을 도시소,
설판전면에 바늘로 문신을 박은 듯한 것과 엷은 도색점들이 산재해 있는 것을 자모소,
혀 전체가 홍색인 것을 주사소라 하는데,
이들을 준소심으로 나누고 있다.
이렇듯 소심에는 원래 순소심과 준소심으로 분류하였으나, 근래에는 여기에 색화소심을 넣어 구분하게 되었다.
색화에서도 소심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고 색화 역시 귀결점이 소심이기 때문에
홍화소심을 비롯한 모든 색화소심도 이에 넣고 있는 것이다.
모든 소심은 꽃대와 꽃잎에 잡색티가 없어야 한다.
이외에 속한 것은 소심이 아니다.
아무리 혀가 눈처럼 하얗다고 해도 꽃잎이나 꽃대에 색소가 뭉친 점으로 나타나거나,
마디에 녹색을 제거한 다른 색이나 선이 있으면 소심, 즉 순소심도 준소심도 아니다.
그러면 잡색이 있으나 혀가 하얗기만 한 것은 무엇인가.
용어를 굳이 찾는다면 무설점이다.
혀 뒷면에 점이 있지만 앞에 점이 없는 것은 전면무점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 난계에서 흔히 쓰이는 무설점, 전면무점 같은 용어는
한란에 비하면 소심이 극히 적어 그런 용어를 만들게 되었다.
제주산 한국한란에도 지금까지 공식적으로는 설무점이 서귀포우회에서 겨우 한 품종 나온 정도이고,
전면무점도 좋은 품좀에 속할 정도로 드물며 소심은 발견된 적이 없다.
4. 소심의 명품 요건
한국춘란은 참 많은 소심을 갖고 있다. 그러면 소심이라고 이 모든 소심이 다 명품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소심도 명품의 요건에 맞아야 한다.
명품의 요건이란 설판의 형태, 꽃잎의 모양, 봉심의 형태 및 비두의 생김새에 따라 우열이 결정된다.
꽃잎은 둥근 꽃잎의 매판이 최상이며, 하화판이난 수선판도 좋은 편이다.
화색은 비취색이 가장 좋다. 혀는 둥글고 풍만하며 전체적으로 백색인 것이 명품이다.
비두는 봉심 속에 싸일 정도로 작고 가는 것이 좋으며, 봉심은 투구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왜냐하면 투구화는 봉심의 육질이 두껍기 때문에 봉심의 형태가 뒤틀어지거나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춘란은 투구화가 적기 때문에(물론 중국이나 일본도 품종 수가 적다) 합배나 반합배도 양호한 편에 든다.
또한 꽃대는 꽃에 비해 너무 굵어도 안되고 조금 가는 듯한 것이 우수한 명품이다.
쉽게 생각하면 꽃에 원을 그려 모아 꽃잎이 넓어서 원안에 빈 공간이 많지 않을수록 명화이고
봉심이 단정하고 좋으면 명화에 포함시킬 수 있다.
따라서 꽃잎은 짧고 둥글어야 한다.
그래야 꽃에 원을 그려도 빈 공간이 적어 명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소심을 백화(白花)라고 쓰기도 하는데,
이것은 백화(白花)와 소심(素心)의 개념을 동일시하는 데서 오는 것이다.
혀에 점이 있어도 눈처럼 하얀 꽃은 어디에 분류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은 데서 오는 문제이다.
백화는 분명 원예가치 있는 난으로 분류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소심과 백화를 동일하게 설명하려면 색화소심에 있어서도
주금소심을 주금백화, 적화소심을 적화백화라 해야 하므로 말뜻이 잘 맞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일본에서 백화라고 표기하고 있지만 우리는 정확히 소심과 백화를 구별하여 표기해야 할 것이다.
소심 중에 적경소심(赤經素心)이라는 용어가 있다.
말 그대로 하면 꽃대가 적색인데 소심인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적경소심도 바탕색처럼 녹아 있어야지, 뭉쳐 적색의 마디가 있으면 이미 소심이 아니다.
그러므로 중국춘란에서 소심으로 분류되는 옥매소(玉梅素:지금으로부터 350여 년 전에 발견된 것으로
왕자(汪字)와 함께 가장 오래된 명화로 사랑받고 있다.
담록색의 매판에 평견으로 경봉심에 소여의설이나 볼이 담홍색인 도시소로 이야기해 왔다)는
지금까지의 이론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문제의 소심이 된다.
왜냐하면 꽃대에 자색의 선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두에는 작은 점들이 박혀 있고 봉심과 화판에도 자색의 선이 들어가기도 한다.
자세히 보면 소심이 아닌 것이다.
지금까지는 무의식적으로 지나쳐 왔지만 옥매소의 혀는 한란의 용어인 전면무점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적경소심이라 불리우는 것도 맞지 않다.
꽃대에 마디가 있고 포의에 잡선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경소심이라는 종류가 있기도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지금까지 순소심, 준소심, 색화소심에 대해 서술하였다.
이제까지 소심이라고 생각해왔던 혀에 점이 없는 것은 어떻게 분류되고 불려져야 할 것인가.
그렇다고 이런 품종이 관상성이나 원예성이 없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분명히 이중에서도 관상성과 원예성이 좋은 품종이면 명품이 된다.
옥매소처럼 꽃의 자태가 좋으면 명품으로 볼 수 있으며, 명품을 만들어 가야 한다.
외국의 경우에는 소심의 범위에 벗어난 설무점도 소심의 범위에 포함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 만이 명품을 고를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소심이 아닌 품종,
즉 혀가 하얗기만 하고 소심이 아닌 품종은 소설(素舌)로 구분하고,
전면무점과 같은 것은 준소설(準素舌)로 분류하면 되겠다.
소심은 맑은 꽃이며 감히 접하지 못하는 숭고함까지 지녀 투명하리만치 고아한 꽃이다.
봉오리에서 포의, 꽃대, 꽃잎, 혀 또한 봄에 나오는 새촉까지 모두가 그렇다.
그래서 소심은 지극히 아름다운 미술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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