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안개가 포근한 날
지나치는 길목의
플라타나스 넓은 잎에
녹음이 짙어 간다.
멀리 안개 속 모습은
바다와 하늘을 하나로 만들고
희미하게 다가오는 낮은 오름의
능선을 살며시 보여주곤 한다.
가까이 까지 이어지는 도로는
안개 속 구부러진 모습에
왠지 정겨웁게 느껴진다.
진드르 길 밭에 꽃혀 있는
고추 묘종 의 지지 대나무가
흐려진 안개 속에 서도
유난히 눈에 뜨인다.
지나치는 길 바라보는 한라산
오늘은 안개 속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길거리 가로수
벌써...녹음이 지어가고
도로에 녹음을 채색하듯
시원함을 주는 아침 이다.
지나쳐 가는 차량들
바쁜 일상의 시작인가.
쌩쌩 거리며 달려가는 모습에
나 역시 발끝에 힘이 주어진다.
종착지에 다다르자
저절로 나오는 큰 숨
좁은 길가 나비 한 마리 팔랑
차창 앞을 지나며
내 눈길에 사로잡힌다.
어느새 걷혀지는 안개는
멀리 한라산의 정상을 내 보이고
장엄한 봉오리와
계곡의 모습을
고운 운무속 보여 준다.
오늘 하루의 시작도
이렇듯 맞이하며
책상머리에 앉자
뒤척였던 밤과
내가 온 길을 생각해 본다.
오늘도 좋은날이 될 것 같다.
2011.6.18
토요일 아침 일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