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따스했다.
벌렁 거리는 심장소리는 발을 내 딛는 발자국 소리처럼
달빛 비취는 어슴푸레한 도로를 세차게 울리게 했다.
“저기봐~~”
와~~별빛이랑 사라봉 불빛이 참 좋다.
하나..둘... 일곱개네?
와~ 북극성 하고 똑같이 생겼다.
길을 가다 멈춰 서서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가리키며
밤하늘의 별과
멀리 보이는 사라봉의 가로등 불빛을 바라본다.
가슴은 두근두근 거리고 손에는 땀이 베이고
누가 볼세라 두리번, 거리며 길을 가던 기억이
아직도 나는걸 보니 첫사랑 이었나?
학교 운동장 구석진 곳
“나랑 저녁에 어디 좀 같이 갈래? ”
“어디?
응~~심부름 갈 곳이 있는데 무서워서...
아니? 이게 무슨 횡재 야?
순간 가슴이 쿵쾅 거리며
마음 속 으로는 “야호~~” 쾌재를 부르며 좋아했다.
갑자기 더듬거리며
그녀의 얼굴을 바로 쳐다보지도 못하며~
응~
둘이만?
응~~
언제만나?
저녁에 고산 동산으로 와~
기다리고 있을게..
크하~~~
껑충거리며 야호~를 연달아 외치며
손을 번쩍 들며 하늘을 휘감듯 저어간다..
이게 기쁨이란 걸까?
가슴에 얹혔던 모든 것이 쑤욱~~다 내려가듯
한편으로는 뜨겁고 시원한 기분
내가 너무 조숙했나?
하하하~~기억 속에 묻혀보니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눈이 똘망 하고 머리 긴 긴 아이
무척 예쁘고 조신? 스럽게 ,조용하면서도
웃는 모습이 무척이나 이뻣 던 아이
말 붙이기는 물론 얼굴을 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힐끔 거리며 보아왔던 아이가..
나랑 어디를 가잔다.
우히히히~~
이렇게 기분이 좋나?
어떻게 학교공부가 끝났는지도 모르고 ..
집에 오지마자 할 일들도 무척 빠르게 신바람 나게 척척 다 해놓고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
누가 볼세라 만날 장소로 미리가보니
아~~~!!! 있다~!!!
그 아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기쁜 마음에 입이 째져라 웃음이 나온다.
가까이 가면서는 쿵떡 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라
태연한척 아이 앞에 섰다.
어디로 갈거니?
저기 동산 위 마을에..
내심 기쁜 마음...
거리가 꽤나 먼 곳이었기에 기분이 더 좋았다.
무슨 일?
가면서 이야기해~~
그래 가자~~
고산 동산을 오르며
한발 옆 떨어져 걸어가는데 ..
“아야~~~“휘청~
아이가 돌에 걸려 비틀거리며 손을 내미는데
“어? ”
얼른 손을 잡으며 아이를 부축하는데..
윽~~~!!
가슴이 멎는다.
가슴에 안긴 아이와 그 숨결~
까만 긴 머리~
무슨 냄새인지는 모르지만 향긋한 냄새
으~~ 갑자기 바들~ 바들~거리면서도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마침 멀리서 간혹 오가는 택시 불빛에
얼른 떨어져 아무런 일 없었듯 세침을 때며
괜찮아?
안 다쳤어?
그제 서야 똑바로 그 아이의 얼굴을 볼 수 있었고 똑바로 보며 이야기한다.
아~~ 예쁘다.
반짝거리는 눈이며 달빛에 비친 뽀얀 얼굴
“으응~ 괜찮어~ ”
자연스럽게 어두운길에서 서로 손을 잡게 되었고
별과 달과 사라봉의 불빛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에 아이의 손을 더욱 힘주어 잡았다.
콩닥 거리던 가슴은 싸하게 마음이 이상해 오고
손을 놓으면 다시 잡지 못할 것 같기에
그렇게 손을 꼬옥 잡고 길을 걸었다.
아이의 심부름 일을 보고 내려오는 길
자연스럽게 손을 잡게 되었고 같이 이야기 하며 밤길을 걸었던 기분
아직도 잊혀 지지 않는 추억속의 길이다.
너를 좋아했다는 표현..
나를 매번 지켜보았다는 이야기..
비밀이라는 맹세..
하늘의 북극성과 사라봉의 불빛을 보며
새끼손가락을 걸며 약속을 했고
아이의 고운 미소를 실컷 보았다.
그 뒤로 남몰래 친해져
가끔 집에 놀러 오기도 하고 장난을 치며
초등교 5학년의 기억은 한때 기뻤다.
지금 기억으로는 희미하지만 빨강색인지 머리핀을 주었던 기억이 있다.
잊어버리면 안 돼 ? 예쁘게 머리에 꼽고 다녀~
머리가 길어서 꼽으면 좋을 것 같아 준 기억이 있는데....
6학년이 되자 바빠지기 시작을 하였고
만나지도 못하는 시간 속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웃음을 짓는 게 고작이었다.
중학교 시험 관계로 무척이나 열심히 공부 할 때 였기에
그냥 보고 웃는 것도 좋았고 기뻣다.
공부와 이것저것 ...
일일이 다 기억은 못하지만 하여간 바쁘기 는 했나보다.
중학교를 입학하고 그 아이를 찾아보았지만 아는 사람이 없다.
다만 서울로 갔다는 것 밖에
아니? 이럴 수가?
그 아이의 기억은 오래도록 남아
밤길을 가던 기억과
엉겁결에 안았던 가슴 두근거리는 기억
가끔 미소 속에 에 그리움도 있다.
첫사랑 이었을까?
그러기엔 너무 어렸고~~후후~~
예전에 써 보았던 글을 보며
잠시 어린 시절 로 돌아가 본다.
2012.2.24
40여년 만에 첫 통화
어린 시절의 작은 머릿속 의 기억은
언제까지 남을까..
흙먼지 나는 길가며
코스모스 피어 있던 길
한 소녀의 미소와
설레 이던 마음.
두 손 꼬옥 잡고
교회 다니던 길
밤길에 놀라
서로의 심장소리 듣던 날
40 여년의 세월 속에
가슴깊이 남아 있던 추억
조그만 머릿속의 기억은
오십 중반의 머릿속에 남아
더욱더 기억이 새롭게
내 눈가에 펼쳐진다.
이 세상에 존재하나 싶어
여린 가슴으로 쓸어 내려 보았고
어느 하늘아래 살고 있나
40 여년 하늘 본 세월
소식 몰라 지내온 세월
잊혀지지 않는 기억 속
조그마한 가슴속에 있었던 기다림
우연히 전해져온 전화번호
떨리는 마음으로 숫자를 누르고
들려오는 목소리..
낯설 은 목소리
더듬거리는 나와 그녀
내 기억은 나에게만 있던 것이 아니고
그녀의 기억 속에도 고스란히 남아
그녀의 수즙은 목소리는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있었고
머리핀 받은 기억을 회상하며
떨려오는 대화로
40 여년의 침묵은 끝났다.
비록 같은 땅에 살지 못하지만
살아있다는 것이 좋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손자, 손녀를 돌보며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는 게
너무나 고마웠다.
이제
기약 없는 만남을 기다리며
주름져 가는 나이에
곱게 늙어간 소녀가 보고 싶다.
만나는 날
오십 중반을 넘긴 주름진 얼굴이 아닌
어린 시절의 그 모습으로
오랫동안 지내온 이야기를 해야겠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자신의 가슴에 담긴 비밀
가슴속 깊이 간직하며
살며시 꺼내볼 것이다.
2008.9.23
통화 한 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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