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스러운 마음
가슴에 맺혀
바라보는 눈가에
너의 모습 초라해 보이는 구나.
길고 긴 날
부여잡은 인연의 끈
품속에 넣지 못함에
가슴이 휭 해 지는구나.
내가 기대는 삶의 일부처럼
나와 같이 지냈으니
너도 내 삶의 일부가 되어
건강하게 잘 자라 거라.
2012.2.11
오랜만에 밝은 햇살이 비추어 온다.
이게 얼마만인가..
유난히 많은 눈에 강추위가 몰아치더니
아침 난실에 비취어 드는 햇빛을 보니 무척이나 반갑다.
예전에 없던 강추위로 난분들이 얼어붙고
며칠 밤낮으로 지켜보며 마음을 조였는데
피해는 없을 려나.. 하는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
전기난로에 통풍기를 돌려가며..촛불을 사방으로 켜가며
유래 없는 호들갑을 떨었던 시간이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는다.
얼어붙은 난을 생각하면
온도에 맞추어 놓은 센서가 작동하지 않은 결과로 돌려보며
원망을 해보지만 “괜찮겠지” 하는 나의 부주의가 더 큰 것이다.
비닐이라도 예전같이 덮어가며 센서 점검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에
얼어붙었던 난석을 만져보며 이리저리 살펴본다.
봄에 피어날 꽃봉오리는 괜찮을 것 같은데...
난 회원들에게 전화를 해보며 서로 위안을 삼으며
그리 심하지 않은 것 같으니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난 곁에 머물러 본다.
난은 기다림의 미학이라 했든가.
여태 화통을 씌우며 기다렸던 시간은
강추위로 인한 조바심으로 화통을 벗겨보며 그 기다림을 깨고야 만다.
그리 많지 않은 30여분의 꽃봉오리..
꽃이 썩어 없어진 것, 죽쟁이 같이 되어버린 꽃..
늦게 화통을 씌운 게으름과 제대로 꽃 관리를 하지 못한 탓을
후회하며 많은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에 나무래 가며 난 꽃을 정리해 본다.
그래도 20여분정도는 피어나겠다 싶어 통통하게 맺은 봉우리를
끄덕이며 바라본다.
그래~~ 아무 탈 없이 피어 나거라...
화려하지 않아도 좋고
풍만하지 않아도 좋다.
너의 모습 그대로 무사히 잘 피어 나거라...
하기야 색화 는 거의 없는 터 인지라 그중 서너 분 색감은 있지만
제주에서는 색화 발색이 어려운 것 같다.
그래도 그 유전자 자체가 색을 가지고 있다면 색감을 가지고 피어나겠지.
매번 느끼는 것 이지만 산지에서 보는 색과 집에서 피어나는 색이 너무 다르기에
꽃대관리와 온도에 많은 차이가 있지 않나 생각을 해보며
나름대로 이리저리 해보며 그 곁에 머물러 본다.
소심을 좋아해 소심품종 위주로 취미생활을 하다 보니
명품이 없이 거의 소심들인데
투명화통을 씌어놓은 소심 꽃 봉우리를 바라보며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듯 자주 들락거리며 바라보는 내 자신이
어쩌면 조급한 마음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발자국 소리 따라 난이 자란다는 말처럼
그 곁에 머무는 나의 난심도
조금 넓어지려나 모르겠다.
조급한 마음에 화통을 또 벗겨보려다
혹여 상할까..
내가한 약속인데...
얼었던 화분의 난석을 손질하며 잎을 쓸어준다.
이제 꽃봉오리들이 움직이겠다.
몇일 있다 꽃 관리를 하기 시작해야 하겠다.
이달 말 쯤 되면 꽃들이 피어나겠지..
건강하게 피어난 꽃 앞에서 웃고 싶어진다.
웃는 모습으로 만나자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