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에도 채 가시지 않은 황사
하늘이 뿌옇고 우중충 한게 마음마저 답답하다.
어느덧 습관처럼 되어버린 하늘을 바라보는 것,
파란 하늘과 구름을 바라보며 쉬는 날이면 카메라를 둘러메고 뛰쳐나간다.
난실에 앉자 난들을 바라보며 이것저것 손질을 하다 또 하늘을 바라본다.
왠지 마음이 답답하고 무거워 진다.
왜 이러지?
혼자 중얼거리며 눈에 어지럽게 들어오는 것들을 치워본다.
젠장~~ 남들이 이야기 하는 우울중 인가?
고개 가우뚱 하며 생각하다 피식~ 웃음이 나온다.
에이~~아무래도 안 되겠다.
카메라 가방을 둘러메고 차에 올라 시동을 건다.
가본지가 얼마 안 되었지만 머리 속에 그려지는 곳
나의 비밀 화원 이다.
이곳을 찾을 때면 허질구래 한 잡념을 떨쳐내곤 한다.
돌아가신 부모님생각이며
자식들의 문제며
가끔 안 좋은 집사람과의 문제까지..
젠장~~살아 가는게 왜 이리 어렵냐?
죽어라 직장생활하며 뛰어 봐도 눈에 들어 오는 것이 없다.
남들은 다 잘 사는 것 같은데...
남들이 보기에는 내가 잘 사는 것 같고..후후~~
속을 들여다보면 살아 가는게 다 거기서 거기겠지..
혼자 위안도 삼고 장성한 자식들을 생각하며 비밀화원으로 향해본다.
길가에 피어난 각가지 꽃들
유난히 철쭉종류의 분홍과 빨간 꽃 들이 눈에 들어온다.
산골의 길은 한가롭다.
겨울 내 달렸던 하귤(여름에 먹는 감귤)은 물이 올라 먹을 만 했겠고..
입에 고인 침을 꿀꺽 삼켜보며 신맛을 느낀다.
연못가의 수련들..
물속이며 물가에 싹을 파릇하게 피어내는 각가지 이름모를 꽃과 초목들.
반영을 담아볼까 하다 한가로운 길에 내차는 벌써 멀리 지나쳐 간다.
무우 꽃들이 길가에 이쪽저쪽 피어난다.
색들도 다양하다.
하얀빛인가 하면 분홍, 분홍인가 하면 노란빛
바람결 살랑거리는 게 보기가 좋다.
산골마을의 입구
아직 덜 피어진 꽃들이며 꽃봉오리.
지나칠 때마다 각가지 꽃들이 참 많았는데
아직 피지를 않았다.
그래도 예전 보았던..길가양쪽에 즐비하게 피었던 꽃들을 생각나게 한다.
즐겨 찾던 곳
오름을 지나 농로길 사이를 가다보면 넓은 들녁 이 나타난다.
반기듯 살랑거리는 무우 꽃과 목초들..
가슴이 탁 트여온다.
바람마저 불어와 시원함 마저 든다.
사방을 둘러보며,
길가를 오고 가며,
멀리 보이는 용눈이 오름을 바라보며,
들녁에 꽃밭처럼 피어난 꽃들을 바라보며,
흐리멍텅한 하늘도 바라보며,
가슴을 쭈욱 펴 본다.
가슴이 트이는 것 같아 한결 살 것 같다.
삼각대고 뭐고 카메라만 덜렁 손에 들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담아본다.
고사리도 보이고..
어? 볼레(보리수)나무 꽃이 피었네?
볼레는 많이 따 먹어 보았지만 꽃을 이렇게 자세히 보기는 처음이다.
딸기나무도 보이고 ..땅위를 덮어가 중간 중간에 조그마한 꽃을 피운다.
예전 노랗게 피었던 유채는 벌써 베어져 나갔다.
아마 사료대용으로 심었다가 수확해 간 모양이다.
하늘과 구름은 좀 그렇지만
들녁에 피어진 무우 꽃과 그사이 듬성 피어난 유채꽃
색이 조화되어 참 예쁘다.
보온병에 끓여 담아온 물에 커피를 타고...
흠~~향기 맡아 본다.
꽃들이 가득한 들녁을 바라보며 커피한잔 하는 기분,
기분이 참 좋아진다.
하지만 이럴 때 누군가 옆에 있다면? 후후~~
커피마시며 조잘 되는..
아니면 같은 감성을 느끼며 지긋하게 바라보는....
젠장~~
혼자 청승을 떠내 떨어~~
하여간 혼자 마실려니 좀 그렇다.
이 멋진 모습을 누구에겐가 이야기 해주고 싶다.
서울에 있는 오랜 친구에게 전화를 해본다.
뚜르륵~ 뚜르륵~~~~~ 이때 받을려나~저때 받을려나~~~
이런~~~ “고객이 뭐 어쩌고 저쩌고~~~~”
에구구~~
왠지 섭섭한 마음이 든다. 후후~
차창 문 활짝 열고 들녁이 훤하게 보이는 곳
의자 뒤로 눕혀 등 기대여 바라본다.
아직 채 가시지 않은 단맛의 커피
입안 구석을 혀끝으로 훔처 가며 그 맛을 음미해 본다.
참 좋다~~~^^
돌아오는 길
또 다른 비밀화원 가는 길가.
보리와 무우꽃 이 피어있다..
문득
보리밭~사잇길로~~걸어가면~~
뉘이~~부르는~~소리~
노래가 떠올라 흥얼거리며 보리밭길에 서 본다.
산촌의 농로길 이지만
정겨움이 있는 길 모습이다.
가까이 보이는 아끈다랑쉬 오름과 다랑쉬 오름.
바람에 흔들리는 보리와 각가지 색상의 무우꽃 들..
오늘도 하루 마음에 담고
좋은 하루임에 감사한다.
2011.5.4
비밀화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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