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달빛 나그네
어느덧
나는 나그네가 된다.
산 능선 굽이 길게
터벅이며 걷던 길,
황혼 빛 고와
넋을 잃고 바라보다
그 빛 따라
터벅이는 나그네 된다.
나그네길 버거워
주저앉자 돌아보니
있던 줄 모르던
산 능선 위 희미한 달빛,
알몸에 끼어 입은 옷 한 벌
터벅이는 길 무겁지 않으련만
내려두지 못한 욕심
나그네길 늙어간다.
달빛 그림자 밟으며
돌아가는 나그네
터벅이는 그 길에
달빛 그림자 없어지면
나는 알몸이 된다.
나그네 길
아침의 싱그러움과
젊음의 열정과
아름다운 황혼과
은은한 달빛을 준다.
오늘도
터벅이며 걷는다.
201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