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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오름 이야기/제주비경.전설이야기

방사탑 (防邪塔)-신흥리

 

 

방사탑 (防邪塔)

 

제주 해안 마을 다니다 보면 바닷가나 해안에 돌무더기나 조형물 형식으로 쌓아 놓은 것을

간혹 볼 수 있다.

 

무심코 지나치기에는 의구심이 들어 자세히 들여다보곤 하는데 제주의 생활상과 풍속을 엿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보통 포구입구나 언덕에 쌓아있기 마련인데 이곳 신흥리(조천읍 신흥리59-6)주변 공유수면

에는 바다에 자리한 방사탑 이 있어 특이함에 눈길을 준다.

 

방사탑 은 마을의 수호를 위한 탑으로 방위로 볼 때 허한 방위쪽 에 마을 사람들이 돌을 쌓아

허함과 불길함을 막고 부정과 악의 출입을 막아 마을의 편안함이 있도록 하는 마음의 신앙물 인 것 같다.

 

신흥리 바닷가에는 두 개의 방사탑이 세워졌는데

남쪽 포구에 있는 탑을 “큰개탑” “생아탑“ 이라 부르며

탑의 상단부가 오목하게 패인곳이 있어 음탑(陰(음)塔(탑))을 뜻하고 있고

 

북서쪽 바닷가 일명 새벽개에 세워진 탑을 “오다리탑“”생이탑“ 이라 부르며

 탑위로 길쭉한 돌이 있어 양탑(陽(양)塔(탑))을 뜻한다고 한다.

 

압반 위에 쌓아놓아 밀물 때면 하단부는 물에 잠기고 썰물때면 물이 빠져나가

 하얀 백사장위를 걸어보며 탐사할수도 있다.

 

 

 

-펌글-

조천읍 신흥리엔 가슴아픈 전설이 흐른다.

 이 곳 노인들은 어린 시절부터 들어온 신흥리의 이야기를 가슴속 깊은 곳에서 꺼내줬다.

현용준이 펴낸 「제주도 전설」에도, 신흥리지에도 없는 옛 이야기다.

 

신흥마을이 생긴 뒤다. 이 곳은 예전부터 왜구들이 들락날락했던 곳이다.

오죽하면 신흥리의 옛 이름이 왜포(倭浦)일까.

주민들은 풍족하지 못한 삶 때문에 바다에 나가 파래, 톳 등을 캐며 생계를 이어갔다.

어느날 한 왜인이 멜을 거리러(멸치를 뜨러) 왔다가 박씨를 겁탈하려하자 박씨는 도망쳐오다 볼래낭 밑에서 죽고 만다.

 

주민들은 박씨를 위해 그 자리에 당을 만들어 모시고 있다.

그 곳이 볼래낭할망당이다.

 박씨는 아기를 낳지 못하고 돌아가셨기에 주민들은 박씨할아버지를 양자로 들여 신흥동산밭에 하르방당도 세운다.

 

전설은 진실하다고 믿는 점을 가장 주요한 요소로 삼는다.

볼래낭할망당에는 신흥리 주민들, 곧 민중이 사실이라고 믿는 전설의 개념이 녹아 있다.

 

제주는 꿈이 어린 섬이다. 신흥리의 전설도 그 꿈의 일부다.

 여행을 즐기는 이들은 길 위에 너부러진 정체성을 찾으려 한다.

 제주여행 역시 마찬가지다. 제대로 즐기려면 정체성을 알려는 노력이 먼저여야 한다.

김승옥의 「무진기행」에서 주인공이 무진을 그토록 찾는 이유도 바로 자신에 대한 정체 때문이었다.

 

신흥리를 가보자. 아무렇지 않게 그냥 스쳐가는 곳으로만 안다면 탄식을 할지도 모른다.

「무진기행」에서 말했듯 자신을 알고자 할 때, 제주를 알고플 때 들러야 하는 곳이다.

 

방사탑이 바닷물 속에 잠겼다가 얼굴을 내미는 모습이나, 바닷물이 빠질 때 드러내는 모래사장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제주시에서 출발한다면 12번 국도(일주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가다가

조천리 방면 옛 일주도로로 접어들어 신흥리로 난 해안도로를 타거나,

 조천만세동산을 지나 함덕정보산업고 쪽으로 방향을 틀면 신흥리 해변이 숨겨둔 마음을 열어 놓는다.

 

 

-조천읍 신흥리‘큰개’

어떤 미국인이 하늘 위에서 신흥리를 보고 마을 전체를 사겠다고 했을 정도로 신흥리는 매혹이 넘치는 곳이다.

 그러나 현재는 해안도로가 생기면서 애초의 모습은 많이 사라진 상태다.

그럼에도 휴양지로는 제격이다.

 

# 바다 위에 뜬 방사탑

신흥 바닷가는 U자 형태다.

 U자의 움푹 들어간 곳을 신흥 사람들은 큰개라고 부른다.

 더욱이 이 곳엔 방사탑이 있어 눈길을 끈다.

 U자의 시작점과 끝점에 방사탑 각각 1기가 있으며, 움푹 들어간 곳에 방사탑 3기가 있다.

 특히 큰개 안에 있는 방사탑 3기는 바닷물의 듦과 나감에 따라 느낌을 달리 한다.

 

 바닷물이 빠져나가면 뭍의 여느 방사탑과 다름없지만 바닷물이 들어차 방사탑을 반쯤 삼키면 영락없는 섬이 되고 만다.

 물때를 잘 골라 찾아간다면 서로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최소한 두번은 들러야 제 멋을 알 수 있다.

 

옛 어른들은 이 곳 방사탑이 5기여서 ‘오탑’이라고 불렀다.

 현재 U자의 시작점에 있는 오다리탑(오래탑)과 큰개 안에 있는 큰개탑(생이탑)은 예전 그대로이며,

나머지 3기는 최근 세워졌다.

 

방사탑을 세운 이유는 이 곳 바닷가가 게의 집게 형상이어서 물지 못하도록 탑을 쌓아서 막았다고 한다.

 풍수지리로 세워진 탑이 이젠 여행객들의 발을 묶어놓는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특히 여름철에 들러볼 만하다.

 물이 빠지면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며,

모래밭에서 형형색색의 조개를 줍는 재미가 일품이다.

 

# 남성 금지구역

볼래낭할망당은 큰개를 가로지르는 해안도로 바로 남쪽에 자리해 있다.

 할망이 남자에게 수모를 당했기 때문에 남자 심방도 그 안에는 들어가지 못한다고 한다.

 말 그대로 볼래낭할망당은 ‘금남지역’이다. 그러나 이 곳 주민들에게는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 역할을 한다.

 재일동포들도 고향을 찾을 때면 할망에게 알리고, 출어전에도 반드시 들르는 곳이다.

 

일제 당시 일본인들이 미신을 타파한다며 신흥동산밭에 있던 하르방당을 없앴으나,

 지금은 하르방을 이 곳 할망당에 같이 모시고 있다.

 

 

 

 

 

 

제주시 민속자료 제8-10(1호탑)제8-11(2호탑) 로 지정되어 있다.

조천에서 해안도로 따라 함덕쪽으로 가다보면 신흥리 마을이 있는데

마을을 지나치자면 바닷가에 방사탑이 보인다.

 

간혹 철새들도 많이 날아들어 하얀 백사장과 파래 낀 해변의 모습속 방사탑의

특이하고 멋진 풍광을 접할수 있다.

 

201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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