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화별 발색법
중국춘란 고전명품, 한국춘란 및 일본춘란 소심, 기화, 복륜화, 산반화, 보세란 등은 화통을 씌우지 않고 가능한 한 저온에서 일반 난들과 똑같이 관리한다. 하란, 사계란, 추란소심, 풍란, 석곡 등은 화통은 물론 별도의 온도관리도 필요치 않다. 따라서 여기선 한국춘란 및 일본춘란과 중국춘란 무향종의 색화에 대한 발색법만 살펴보자.
(1) 홍화와 도화
조기 차광과 겨울철 저온관리가 필수적이다. 홍화의 색을 결정하는 홍색 화청소는 저온에서 합성되고 홍화의 색을 탁하게 하는 엽록소는 고온과 햇빛이라는 두 가지 조건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기에 화통을 씌워 차광을 하면 고온이 지속되는 여름과 가을엔 엽록소가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고 겨울에 차광한 상태에서 저온을 유지하면 엽록소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홍색 화청소가 합성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홍색 화청소는 햇빛의 도움이 있어야 형성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꽃이 필 때까지 화통을 씌워 빛을 차광하면 선천적인 일부 홍화(꽃이 핀 뒤 색이 점점 탈색되어 며칠 후엔 희끄무레한 분홍색으로나 남거나 아예 미색으로 탈색돼 버리는 난이 종종 많이 있다.)를 제외하고는 누리끼리한 색으로만 핀다. 따라서 홍화는 좀 일찍 화통을 벗겨줘야 한다.
정상적인 시기에 꽃눈이 붙고 화통을 씌워준 홍화라면 1월 중순∼2월 중순 사이에 화통을 벗겨주고 저온 상태를 유지하면서 햇빛을 쪼여준다. 이미 성질이 확인된 일본춘란 등록품들같으면 그 특성에 따라 벗겨주면 되지만 아직 확인이 안 된 한국춘란의 경우, 잎이 두꺼운 난은 꽃잎도 두껍게 피기 때문에 일찍 1월 20일경에 벗겨주어 햇빛을 쪼여주고 잎이 얇은 난은 꽃잎도 얇게 피기 때문에 늦게 2월 초순이나 중순에 벗긴 뒤 햇빛을 쪼여준다. 예를 들어 일본춘란 여추, 수홍 등은 1월 말경에 벗겨주고 가마나 만수같은 난은 2월초에 벗겨 준다. 또 홍양이나 천홍양같은 난은 2월 10일쯤 벗겨준다. 극홍의 경우 정상적으로 화통을 씌워줬을 경우 1월 말경에 벗겨주되 만일 꽃대를 늦게 발견했다면 차라리 화통을 씌우지 않고 그냥 햇빛에서 저온으로 관리해 주는 게 꽃색을 더 선명하게 낼 수 있다. 도화는 홍화에 준하면 된다.
(2) 황화
황화는 색소 중에서 황색을 결정하는 등황소가 발현되어 핀 꽃이다. 등황소는 모든 식물에는 자체적으로 내재돼 있기 때문에 엽록소만 억제하면 자연히 드러난다. 그늘에서 자란 콩나물의 색깔이 노란 것은 바로 엽록소가 억제되고 이 등황소만 발현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의 황화의 등황소는 콩나물의 등황소처럼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난의 황화는 다른 식물들보다 등황소가 저온에서 더 진하게 발현되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엽록소는 아무리 차광을 하여 발현을 억제시키더라도 다시 햇빛을 쪼여주면 다시 합성이 되지만 진성 황화의 경우 다 세포조직이 굳어진 후에는 엽록소가 형성되지 않는 유전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이 바로 진성 황화와 가성 황화의 차이점이다.
등황소 역시 고온과 햇빛에선 분해되고 저온과 차광상태에서 합성 내지 발현되기 때문에 조기 차광과 저온 관리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황화의 발색 원리는 홍화와는 달리 색소가 합성되는 것이 아니라 엽록소만 파괴된 채 있던 황색의 색소가 대신 강하게 발현된다는 데에 차이점이 있다. 그래서 저온에서 계속 관리를 하면서 화통은 꽃이 필 때까지 씌워 두었다가 꽃이 피기 시작할 때 벗겨주고 갑자기 햇빛을 쪼여주면 등황소 위에 연하게 덮여 있던 녹색의 엽록소가 갑작스러운 환경변화로 파괴돼 벗겨지며 황색만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선천성 황화의 경우 이미 화통 속에서 엽록소가 전혀 형성이 안 되고 등황소만 발현된 채 세포조직이 굳어져 꽃이 피었다 질 때까지 그 상태로 유지되는 것이지만 후천성 황화는 제대로 고착되지 못 한 엽록소가 세포조직 표면에만 걸쳐 있다가 갑자기 햇빛을 받음으로써 탈색이 돼버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 결과 세포 조직에 고착돼 있던 등황소가 엽록소가 탈색된 자리에 대신 나타나는 것이다. 이 현상을 애란인들은 흔히 황색이 녹을 밀어낸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후천성 홍화나 후천성 주금화에서도 동일한 원리로 나타난다. 이 경우 햇빛을 쪼여주지 않아도 녹이 벗겨져 나간다. 다만 속도만 느릴 뿐이다.
(3) 주금화
주금화는 홍색과 황색이 섞여서 나타난 주황색에 가까운 색을 일컫는다. 즉, 주금화는 화청소와 등황소가 함께 섞여 있는 꽃이다. 따라서 발색과정이 천차만별이고 예상외로 어렵다. 봄철에 산엘 가면 주변에 호수가 있어 다른 곳보다 겨울 기온이 더 낮은 지역이었거나 북쪽 그늘진 곳에서 핀 꽃들은 겨울 혹독한 추위에 등황소가 발현됐다가 봄이 되어 온도가 오르고 햇빛을 받아 엽록소가 탈색되면서 누리끼리한 주금색 비슷하게 핀 난들을 많이 본다. 이는 민춘란들이지만 저온에서 엽록소가 세포조직 속에 착색되지 완전히 못 하고 표면에 일부 불안정하게 걸쳐 있다가 햇빛에 엽록소가 탈색되며 등황소와 함께 결합되기 때문에 나타난 생리장애일 뿐 주금화가 아니다. 이는 홍색을 발현하는 화청소가 없기 때문이다.
주금화 역시 화통을 씌워 초기 차광과 저온관리는 필수적이고 등황소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황화의 경우처럼 꽃이 필 때까지 화통을 씌워 두어야 한다. 그런데 주금화에는 화청소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들어가 홍색에 가까운 주금화(흔히 주홍화라 부름. 일본춘란 복지광과 다마지석영이 좋은 예.)가 있고 화청소와 등황소가 엇비슷하게 들어가 있어 잘 익은 귤의 과육같은 주황색을 띤 주금화(흔히들 주황화라 부름. 일본춘란 일신이나 옥영, 부사지석영 등이 좋은 예.)가 있고 등황소가 더 많이 내포되어 황금색에 가까운 색을 보이는 주금화(흔히 주등화라 부름. 일본춘란 광림이나 서운향, 서황 등이 대표적인 예.)가 있다. 일본춘란 주금화의 경우 대부분 선천성이기 때문에 화통 속에서 이미 제 색깔이 발현되어 꽃이 피면서 그 색깔을 그대로 유지한다.
한국춘란 주금화나 중국춘란 무향종 주금화의 경우도 다 그러하다. 따라서 주금화는 화통을 벗긴 후 햇빛을 쪼이면 색이 들어간다는 생각은 전혀 옳지 않다. 오히려 주금화는 엽록소, 화청소, 등황소 세 가지 색소가 다 있다가 엽록소가 탈색 내지 변색된 채 약간 남고 화청소와 등황소가 불안정하게 섞여 있기 때문에 햇빛을 쪼이면 오히려 색이 탈색되는 결과만 낳는다. 후천성 주금화 역시 엽록소가 후천성 황화처럼 엽록소가 세포조직 표면에 불안정하게 남아 있다가 빛을 받아 탈색되는 것이지 색소가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햇빛을 안 쪼여도 녹은 빠진다. 사실상 주금화의 주된 색소는 화청소보다는 등황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금화를 발색시킨답시고 햇빛에 노출하는 행위는 어리석은 짓이다. 등황소가 위주기 때문에 햇빛에 변색이 되기 때문이다. 주금색을 결정하는 등황소와 화청소는 저온에서 아주 잘 결합하고 고온이 되면 분리가 된다. 즉 탈색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주금화는 화통과 관계없이 색이 드는 주금화다.
(4) 자화와 자홍화
자화는 홍색을 결정하는 화청소와 녹색을 결정하는 엽록소가 유전적으로 한데 뒤섞여 함께 발현된 꽃이다. 그래서 화청소가 위주인 홍화를 엽록소 차단을 못 해 발색에 실패하면 자화 비슷하게 피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런데 자화를 결정하는 화청소와 엽록소 둘 다 햇빛을 받아야만 합성되어 발현된다는 점은 공통점이지만 화청소는 저온에서 합성되고 엽록소는 저온에서 분해된다는 게 차이점이다. 따라서 자화의 발색에 있어 엽록소를 너무 억제하면 거무튀튀한 홍화처럼 되고 엽록소를 너무 발현시켜 버리면 녹색의 민춘란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 비율을 적당히 잘 조절을 해야 하는데 그 방법이 꽃눈이 처음 맺힌 초기 단계, 즉 기온이 높은 여름과 가을엔 엽록소만 억제하기 위해 화통을 씌워 차광하고 그 이후 일찍 화통을 벗기고 저온에서 관리해 줌으로써 엽록소와 화청소가 동시에 발현되게 해줘야 한다.
자화는 초기에 화통을 씌웠다가 12월 초순, 추워져 난이 휴면에 들어갈 무렵부터 화통을 벗겨 저온에서 햇빛을 많이 쪼여 줌으로써 화청소와 엽록소가 동시에 적당하게 형성되고 세포조직 속에 고착되도록 해주는 게 비결이다. 그런데 자화를 결정하는 화청소와 엽록소는 전혀 다른 두 성질의 색소가 기계적으로 하나씩 저온과 차광 및 햇빛관리라는 인위적 조건에 의해 임시로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적으로 함께 결합돼 있다. 따라서 화통 속에서부터 대부분 까맣게 보일 정도로 색소가 형성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후천성 자화도 있지만 극히 드물다. 하지만 겨울철 온도가 올라가고 햇빛이 강하면 화청소 대신 엽록소가 더 강해져 자색이 탈색돼 녹색으로 변해가게 된다. 그런 두 색소의 유전적 결합이 어렵기 때문에 불안정하게 기계적으로 결합돼 있는 자화가 많다. 꽃봉오리 때는 자색이 충만하다가 꽃이 핀 순간부터 순식간에 다 날아가 버리고 파란 민춘란으로 변하는 가짜 자화가 무척 많다. 자홍화의 경우 화청소가 더 강하게 결합된 난으로 자화의 발색 요령에 준하면 된다.
(5) 복색화
복색화에는 무늬의 색이 꽃잎 가장자리에 복륜의 형태로 물리는 복륜복색화(일본춘란 일륜이 대표적)와 색이 꽃잎 중앙부에 중투 형태로 들어가는 중투복색화(일본춘란 월륜이 대표적), 그리고 호나 산반 형태로 꽃잎 전체에 줄무늬 형태로 들어가는 호복색화 혹은 산반복색화(일본춘란 도산금, 대홍 등이 대표적)가 있다. 그런데 그 무늬의 색이 홍색, 주금색, 또는 자색 중 어느 색으로 들어가느냐에 따라 홍복색, 주금복색, 자복색 등으로 나뉜다.
복색화는 그 어떤 형태가 됐든 화통처리 여부에 관계없이 저온 관리만 잘 해 주면 색이 잘 들어간다. 더러 저온 관리에 실패해 비교적 고온에서 겨울을 나더라도 복색화는 대체로 제 색을 발현하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선명한 색을 내기 위해선 역시 화통처리와 저온관리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복색화는 화통처리를 잘못하면 엽록소가 발현되지 않아 녹색이 거의 사라져 색깔 대비가 불분명해져 아주 보기 싫은 꽃이 되거나 제 특성을 살리지 못 하게 된다.
겨울철 저온에서 관리하는 것은 똑같지만 화통을 자화처럼 12월 초순에 일찍 벗겨 주고 햇빛을 쪼여준다. 그런데 자화와는 달리 화통을 언제 씌우느냐 하는 게 관건이다. 과거엔 복색화도 다른 색화들처럼 꽃눈이 맺힐 때부터 차광을 했다가 12월 초순에 화통을 벗겨 줬으나 그러다 보니 녹이 연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요즘 일본에선 초기엔 차광을 하지 않고 그대로 햇빛을 쪼여주어 엽록소를 발현시켰다가 꽃대가 2cm미터쯤 자라 다른 색화들의 경우 수태나 산태, 혹은 북돋워준 화장토를 걷어내고 화통을 씌워줄 무렵부터 화통을 씌워 주었다가 12월 초순에 벗기는 방법을 더 많이 쓰고 있다.
(6) 백화
백화는 대부분 선천성(중국춘란 운남설소, 사란백화, 설란백화 등이 대표적)이기 때문에 화통처리나 저온관리에 관계없이 백화로 피지만 더러는 화통처리를 하지 않으면 녹색을 띤 미색으로 피어 관상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화통처리를 하여 엽록소를 억제시켜야 하는 후천성 백화도 많다. 한국춘란과 일본춘란의 백화일 경우 약으로 만든 가짜가 많이 돌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잎에 산반이나 서반 무늬가 2대, 3대째 신아에서도 계속 나오는 백화가 아니면 믿어선 안 된다. 아무튼 후천성 백화의 경우 황화에 준해 화통처리를 해주고 저온관리를 해주면 된다.
(7) 복륜화
복륜화와 산반화, 소심은 화통을 씌워주지 않아 녹색과 무늬의 대비가 선명하도록 해주는 게 원칙이지만 극황복륜화(한국춘란 월출이 대표적) 경우 그 무늬의 극황색을 더 선명하게 하기 위해 자화처럼 초기에 화통을 씌웠다가 11월 말경에 벗겨 햇빛을 강하게 쪼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자칫 실패할 우려도 있기 때문에 자신 없으면 화통을 씌우지 않는 게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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