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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야기/ 야생 난초

접시꽃(접시꽃 당신과 전설)

 

 

 

 

 

 

 

 

 

한적한 산골의 돌담옆

접시꽃이 피어난다.

왠지 접시꽃 하면 안스러운 생각이 들어

가던길 멈추고 가까이 다가가 바라본다.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이

어렴픗 생각난다.

접시꽃의 모양과 색도 여러가지 이다.

길가에 쪼그리고 앉자

접시꽃을 담아본다.

하얀 접시꽃을 바라보니

너무 순수하고 아름답다.

이제 조금더 있으면

길가와 대문앞에

많이 피어 나겠지.

 

2010.6.6

 

 

 

 

  접시꽃 당신      

                                                                                                          도 종 환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옆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 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 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죽일 줄 모르고
약한 얼굴 한 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 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것없는  눈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들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땜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는 노랑꽃 핀 얼굴 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 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겠습니다.
 
 
 
 
 
 

 접시꽃에 얽힌 전설



먼 옛날 꽃나라 화왕이 궁궐 뜰에 세상에서 제일 큰 어화원(御花園)을 만들었습니다.

그 어화원에다가 세상에 있는 꽃은 한 가지도 빠짐없이 모아서 기르고 싶었습니다.

“천하의 모든 꽃들은 나의 어화원으로 모이도록 하라.”

화왕의 명령이 떨어지자 세상의 모든 꽃들은 어화원으로 모여 들었습니다.

그 무렵 서천 서역국 어느 곳에는

 옥황상제의 명을 받고 세상의 모든 꽃을 모아 심어 가꾸는 꽃감관이 있었습니다.

그 때 화왕의 명령을 전해들은 꽃들은 술렁였습니다.

그런데 꽃감관은 계명산 신령님을 만나러 가고 없었습니다.

“어화원에는 내일까지 도착하는 꽃들만 받아 준대요.”

그러자 꽃들은 너도나도 모두 어화원으로 가겠다고 나섰습니다.

 망설이던 꽃들도 다른 꽃이 떠나니까 모두 따라서 어화원으로 향했습니다.

 순식간에 꽃으로 가득했던 산과 들이 텅 비었습니다.

 꽃들이 떠난 뒤에 계명산 신령님을 만나러 갔던 꽃감관이 돌아왔습니다.

아무리 불러도 집안에는 메아리조차 없었습니다.

 온갖 사랑과 정성을 기울여 가꾼 꽃들이 자취도 없이 몽땅 사라진 것입니다.

 자기는 꽃들을 위해서 온갖 정성을 다 바쳤는데

꽃들은 몰래 자기 곁을 떠났다는 사실에 큰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어디에선가 작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가만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감관님,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저는 여기 있습니다.

”대문 밖 울타리 밑에서 접시꽃이 방긋이 웃으며 꽃감관을 쳐다보았습니다.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야! 너였구나. 너 혼자니? 다른 꽃들은 모두 어디 갔니?”

“모두 감관님이 안 계시니까 제멋대로 화왕님의 어화원으로 갔습니다.”

“내 허락도 없이 가다니. 괘씸하구나.

그런데 너는 왜 떠나지 않았니?” “저는 여기에서 감관님의 집을 지켜야지요.

 저마저 떠나면 집은 누가 봅니까?” “고맙구나. 내가 진정으로 사랑해야 할 꽃은 너였구나.”

 꽃감관은 혼자 남아서 집을 지켜 준 접시꽃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지금까지 나는 너에게 관심이 적었는데 너만 내 곁을 떠나지 않았구나.”

 꽃감관은 그 때부터 접시꽃을 대문을 지키는 꽃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접시꽃은 지금까지도 시골집 대문 앞에 많이 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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